당신의 시 '변영희 시인'


변영희 시인의 詩 츱츱 외 4편

변영희 시인의 약력

 

전남 장성 출생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수학

2010 시에로 등단

시집 y의 진술있음

 

 

츱츱 -S에게

 

 

한 시인이 <깨꽃><후란넬 저고리>를 쓰던 사월 어느 날 난 태어났죠 참 좋아요 깨꽃을 탐하는 고양이가 있었을 테고 후란넬 저고리를 알지 못하는 당신은 엄마의 뱃속에 수행자의 자세로 있었죠

 

늘 무뚝뚝한 표정이라

속을 알 수 없는 당신 시디신 자두를 먹으면서도

표정이 변하지 않는

 

모순적 언어를 말똥구리처럼 굴리는 나는

창살 안으로 스스로 굴러드는 격이죠

 

부드럽게 상하며 물컹한 존재가 되는 물개

오래된 것 같지만 오늘 또 솟구치는 우리

 

심장에서 가까울수록 상한 것의 회복력이 좋다네요 나는 당신의 심장에서 얼마간의 거리일까요 두툼한 패딩을 뚫고 나온 거리일까요 심장이 뛰어요 갈빗대 사이 뜨겁게

 

기다리는 건 겨울왕국이라고요 염려말아요

기어이

겨울은 올 테니까요

 

심장 가까이 아주 가까이

당신을 두겠어요 꽃과 다투는 봄날을 누려요

 

자물쇠를 먹을 때 무뚝뚝한 얼굴은 좋지 않아요

웃으며 찡그리며 과즙을 츱츱 흘려봐요

 

 

 

 

미니어쳐

 

나는 말랑하지만 오디오 부품은 딱딱하고 차가워. 꽂고 또 꽂아야 하는 부품의 부품. 무거워지는 마음은 자주 비틀리곤 하지. 정작 비틀고 싶은 건 발 딛은 세계였던 것인데

 

컨베이어를 타본 적 있니?


마음으로 그린 바다랑 똑 닮아 놀라움으로 만난 푸르고 격렬한 동해. 몸이나 마음을 던지는 것이 잔잔하게 물수제비 뜨는 일은 아니지. 휘청거리던 답은 우연한 기회에 분명해지고

 

오백 밀리 생수를 사면서 빨간 토끼눈이 된 너를 봤어

멀리. 왔구나. 작아지고. 작아지고. 부품의 세계가 변하는 것처럼. 미니어쳐처럼 작아져서. 축구공처럼 굴렀구나. 빠른지 모르고. 구르는지도 모르고. 뼈가 자라야 할 시간. 바코드를 찍는 아이의 손가락은 턱없이 길다

해가 뜨면 너는 잠드니 달과 해를 즈려밟고 롤러코스터를 타니?

 

 

 

 

 

 

오빠

 

 

경주에 갔는데 연을 날리더라

 

겨울이 오지 않았는데 연을 날리더라 연을 만들지도 않고 연을 날리더라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날리더라 첨성대보다 더 높이 날리더라 높이높이 올라간 물고기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더라

 

연은 날고 있는데 까마귀가 없더라 오빠도 없고 내 연도 없더라 왜 겨울에만 연을 날렸어? 멍청아 들판이 비어야지 무논의 벼가 모두 사라져야지 왜 연을 버렸어

 

어른이 되었어 잘 달릴 수 없는

 

어른 볼도 빨개지지 않는 어른 마스크를 쓰는 어른 연 날리기를 잊은 어른 이상하네 어른들 많았는데 물고기를 따라 눈이 반짝이는 어른들 많았다니까

 

지금 어디쯤이야, ?

 

 

 

 

 

옆방 여자가 운다

 

제발 그만, 목이 메어

 

김밥을 먹을 수 없잖아

잠들 수도 없잖아

욕실 수돗물을 세게 틀어본다

떠내려 가자 상류는 글렀고

 

하류에서 손잡아줄게

바구니에 노란 귤이나 빨간 사과를 가져갈게

푸른 계단에 앉아 토닥여줄게

 

곱게 물든 감상은 개에게나

 

울지 말라구

끼룩끼룩은 새들의 울음일까

웃음일까

벽 너머 당신 왜 계속 울어

사방 어두운 시간

 

천장에서 쥐들이 돌아다닌다

네 울음 너의 코골이

고무줄 늘어진 추리닝 같은 네 삶을 이해해

 

내가 혼자가 아니라니

어쩌다,

 

현악기의 줄을 고르듯

머리를 빗는 아침

콜라비 비트 트라이앵글 글램핑 핑클

콜록거리는 사연쯤

 

출처 없이 떠도는 것이

 

 

 

명령어-온라인 성묘

 

주소를 다시 불러 줄게요

 

당신이 와요

 

찾노라면 길이 되고

걷노라면 길이 되어

 

그 길에서 만나요

 

술잔을 가득 채우고

예쁘게 오린 문어를 올려 둘까요

 

우린, 피차

오래 울진 않기로 해요

 

체크 인 그리고 체크 아웃

 

달콤한 감주는 잊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