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 ‘국수연시인’

국수연시인의 詩 로딩 중 외 4편

국수연시인의 약력

 

1963년 광주광역시 출생

2022년 계간〈다시올문학〉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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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 듯 말 듯 매미 날갯짓 투명의 밤은

울부짖는 그의 원성으로 얼키설키 씨실 날실

갑사 비단 위에 별 한 아름 수놓아

열두 폭 치마로 살포시 펼치고

술과 여자에 찌든 젊은 철학자 가슴에

잘 닦인 길로 굴러온 온전한 말

빈말 거품 걷은 개똥철학 심어주었어

무의미조차 의미로 살려내는 밤은

허리 잘린 짓무른 상처에

여린 싹 봉곳이 불어넣었어

 

매미도

철학자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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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액티브 시니어 안마사요

 

올해 백 년 동안 꿈꾸던 사업장 갖게 된

안마학교 60기 출신 65세 시각 장애 안마사

나는 요즘 말로 액티브 시니어, 이성창이올시다

 

붉은 노을 닮아가던 50대 중반의 실명 놀랍게도

별이 되어 쓸쓸한 창가 지켜주고

한 줄기 바람 되어 깊은 한숨 데려가며

뻘밭에서 다시 피어난 신안 앞바다 파도가

날 일으켜 세웠다오

 

안마받는 분의 살아난 감각 뜨듯하게 흐를 때

나의 기쁨은 수줍은 새색시 뽀오얀 낮달 되고

손님과 보호자는 미소 피어나는 구름 된다오

흰머리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았소

어제 밤 꿈 속 하늘엔

 

 

 

 

 

백지차표 구하세요

 

저기 내려가면 천국이다

정답은 거기 있을 거다

언제 어디로 가게 되는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게 되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는

그곳의 백지차표를 구했다

 

태양계의 지구라는 어느 곳

저녁 짓는 연기 올릴 때

그는 사람의 몸으로 태어나

발등의 불씨를 꺼가며 그렇게

집 학교 배운대로 살아왔다

아는 것은 오로지 그의 과거뿐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날들을

다시 살아내야만 한다

 

줄을 서지 말았어아 했다

아니 잘했다 여기가 궁금해서

지금도 줄 서는 이들이 있다는데

입장은 했는데 퇴장은 언제

누구도 모를 일이다

여기서 내릴 때까지 마음밭에

튼실한 동백나무라도 심어야겠다

구름 동동 뜬 하늘 바라보며

혼잣말 중얼거린다

 

 

 

아버지와의 약속

 

인생은 방랑객

나름대로 낭만극

별명은 와룡선생

 

그 찰나의 삶

단지에 담으며

약속했다

 

엄마는

잘 지켜드릴께요

 

 

 

 

창동 식당 주인 백씨

 

시리고 아픈 콧소리 늙은 고양이 울음

저 아래서 배배 꼬이는 발가락

 

김수영을 닮고 싶은 문학도 백씨

<> <> <푸른 하늘을> 식당 벽은 그의 낙서판

그가 원장에게 이를 더 짱짱하게 해달란다

세상에는 씹을 것이 쌨다나

 

어깨에 뽕 가득 살린 지역구 국회의원 놈

이 채널 저 채널 얼굴 내미는 식상한 연예인 놈

국민 건강 핑계로 각종 식품 파는 방송국 놈

공공시설 핑계로 예산 넘보는 자에게 혈세 퍼주는 공무원 놈

 

허구한 날 씹어 댈 생각에 아픔도 잊은 백씨

원장에게 우는 표정으로 윙크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