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성-바람이 불었다

김경성-바람이 불었다

 

[사진/ 글-김경성]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었다. 붉은 바람이 불었다.

 

나무를 흔드는 바람이

푸른색이었다.

꽃양귀비를 흔드는 바람은

붉은색이었다.

몸을 낮추고 바라볼 때 바람의 색은 더 붉었다.

 

강물을 물들이고 산 넘어가는 태양이 마지막 빛을

꽃양귀비 밭에 쏟아부었다.

섞이니

다 같이 섞이니  

모두가 붉은 색깔로 물들어갔다.

바람마저 너무 붉어서 눈물이 나려는지 눈이 뜨거워졌다.

 

아무 날도 아닌 그런 날, 문득

저 붉음 아래  앉아서 같이 물들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