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 '오승근 시인'


오승근 시인의 詩 금빛수로 외 4편

오승근 시인의 약력

 

충남 공주생

2009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세한도』 『집현전 세탁소

 

 

금빛수로 (김포)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느냐고

묻는 것 조차

예의에 어긋날 듯 싶은 금빛수로

세상 사람들의

모든 근심걱정 품어 안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저 고요함

 

오늘도 어제의 유속으로

그리고

내일도 오늘처럼 지절대며

흐름을 재촉하지 않는 여유로움으로

유유자적 흘러가겠지

 

허구한 날

굽이쳐 흐르고 소용돌이치며

여기까지 흘러온 나는

아직도

넘쳐흐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금빛수로의 유속에 빗대어

삶의 흐름을 방향 잡곤 한다

 

정도의 길을 벗어난 사람들이

마시다버린 질투와 시기마저

수심 깊이 품고

고요하게 흘러가는 금빛수로여 !

 

그대의 깊고 맑은 수심은

심산유곡을 품고 솟구치는

옹달샘이 원천이었을 것이니

그곳에서부터 오르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을 익혀가면서

이곳까지 흘러와

금빛수로라는 명성을 얻었으리라

 

 

 

도시너머

 

25 시 생태적 가두리를 벗어나

심산유곡의 비경을 찾아가는 그 길목

아침 고요보다 더 경이로운 풍경이

이체동심으로 펼쳐져 있는 것만 같은 그곳

 

삶의 여백에서 밀려난 사람들 찾아와

중심 잃은 생의 무게를 내려놓고

무뎌져 가는 심신의 감각을 되찾고자

풍경의 한 소절로 사색하고 있을 듯한 그곳

 

일생을 난타당한 채 고향 기슭 산가에

산 그림자 땅거미로 어두울세라

도시너머에 사는 식솔들 행여 오려나

홀어머니 동구 밖을 내다보고 있을 듯한 그곳

 

포구의 등대 불빛이 수평선의 등심인 양

석양이 활활 타오로는 해당화 사구를 따라

파도의 음계로 남기는 사공들의 발자국

노을바다에 잠기면 작은 섬이 될 것 같은 그곳

 

춘삼월 하얀 배꽃 춘설처럼 날리는 날

산가야창의 소박한 음악을 들으며

상처 받은 추억과 낭만을 위로받을 수 있어

떠나올 때 돌아보고 또 돌아볼 것만 같은 그곳

 

삼백예순날 하루같이 사무치는 이 찾아와

그리움 피어나는 찻잔 앞에 놓고

외사랑 달래며 날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걸어서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듯한 아련한 그곳

 

도시너머 , 그 다음 여백은 .........................

오롯이 ...................................독자들의 몫

 

 

 

 

등단미아

 

부친없이 태어났다

문단에서 시인이라는

문패를 걸어주었던

모친 유심은 폐간되었다

몇 번 모친의 명성을 빌려

가문을 소개했던 것이 고작이다

 

갈 곳도 없고

또 오라는 곳도 없는

냉정한 시단을 떠돌며

심봉사가 젖동냥하듯

전전긍긍 문단을 기웃거린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아름다운 시심은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는 법

폐간된 모친의 명성이

시단의 지척을 떠돌고 있어

모친의 이름만 대면

한 끼는 해결되니 말이다

 

 

 

 

야생초 보석상

 

숲속에서 햇살을 풀무질하며

보옥의 원석을 가공하고 있는 새벽

지하 막장 같은 칠흑의 밤하늘엔

별들 촘촘히 광맥으로 박혀있다

박명초보다 먼저 활짝 문을 연

초원의 야생초 보석상 진열대마다

풀잎들 귀빈 맞이할 준비로 분주다사 하다

 

만물들 잠들어 고요한 시간에도

원석을 디자인하고 있는 가공사는

은하수 광맥을 품고 그렇게 가슴 조였나보다

아침을 피워 올리는 따사로운 햇살도

세정을 끝낸 이슬보석에서

대내림 받는 세월의 유물이 아니겠는가

 

영동하게 반짝이는 보석들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는 야생초 보석상

꽃반지 보석, 팔찌 보석, 목걸이 보석

그리고 각시붓꽃대에

초롱초롱 매달려 있는 귀걸이 보석은

그대에게 예물로 바쳐도 좋을련만

그대는 지금 어디쯤에서

날 위해 웨딩드레스를 고쳐 입고 있는가

 

 

 

겨울 숲

 

햇살 뒤 타래 몸에 걸치고

적요를 앞세워 먼 길 나서는 겨울 숲

차마 적막에 쌓인 듯하면

예절을 갖춘 바람 찾아와 고요를 흔든다

흔들릴 때마다 겨울 숲은

앙상한 갈기를 세워 춘몽을 잠꼬대하고 있는

나른한 봄을 재촉 하는가

 

정갈했던 오와 열이

노숙한 여인의 몸매처럼 흩어진 겨울 숲

행간이 사라져 버린 대지 위에

여백을 살려내려는 듯 서리 쌓이고

햇살이 탁본한 나뭇잎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오면

나는 3류 시인의 목소리로 봄을 예찬한다

 

몽당연필로 써 내려온

전설 같은 한 여인의 겨울잠 고백에

자음이나 모음 혹은 쉼표나 마침표로

그 문장에 응답할 수 없는 나는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물음표로 서서

시야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낯익은 모습을 눈물로 배웅한다

 

다 읽혀진 겨울 몸이라고 하여

비아냥한 목소리로 낭송하지 마라

푸른 내면의 숲속에는

다 해몽하지 못한 꿈이 움트고 있어

돌아 올봄은 과거를 표절하지 않을 듯

그대 침묵이 그리움으로 다가올 때

겨울 숲은 나를 대신하여

비읍한 목소리를 앞세워 폭풍처럼 호곡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