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글-김경성]
불광동 어느 아파트에는 엄마도 살고 수국도 살고 소화전도 산다.
같이 늙어가는 소화전 화단에서는
해마다 유난히 꽃빛이 진한 수국이 피어난다.
소화전이라는 푯말 아래에 물이 들어있다는 생각에서 일까?
다른 화단의 수국은 파랑, 하늘, 청보라, 연분홍, 연보라로 피어나는데
소화전이 있는 화단의 수국은 유난히 곱고 황홀하다.
물이 그곳에 있으므로
엄마가 그 옆에 있으므로
생각이 깊은 수국은 올해도
저렇게 환하게 피었다.
오늘도 나는 수국 꽃숭어리 같은 엄마를 찾아뵙고
두루두루 수국 꽃들도 만나 안부 인사를 나누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