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태동철 시인'

팔미도 벼랑 외 9편

 

[이름] 태동철 시인

[약력]인천에서 낳고 자라서 인천고등학교 졸업/동아대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 과정 수료
시집<<내 사랑 영흥도>> << 족보의 바다>> 
<<팔미도 벼랑>>

[수상] 제20회 한국해양문학우수상수상(2016년)
          제19회 여수해양문학상 대상수상 (2017년)
          제3회 계간문예 문학상수상 (2018년)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한국문인협회 인천지부 이사 
          현직 옹진문화원 원장

 

 

 

 

 

 

 

 

 

1.팔미도 벼랑 
                                            태동철

 흙 한 점 없이 살이 모두 뜯겨나간
 시련 속에
 흰 뼈를 일으켜 세운 골격으로 난바다를 품고 있다

 심해에서 달려온 파도를 곧은 등으로 받아
 포말을 피워 올린다  
 억센 늑골을 켜켜이 쌓아 올린 가슴으로
 파도를 조각내서 떠나보낸다

 앙상한 뼈에도 석화는 핀다
 돌게의 안식처가 되고
 숭어의 산란처가 되며
 발목이 빨갛게 물질한 갈매기 쉼터가 된다

 팔미도 벼랑
 거친 파도에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태초 이래 수직의 자세를 지키며
 힘찬 발끝으로 가 없은 바다를 펼치고 있다
 수평선 너머 몰려오는 파도
 물굽이, 굽이 팔미도 벼랑 앞에서 오체투지를 한다.

 

 

 

 

 

2.몸의 개화시기
                             태동철

 봄비가 링거 줄을 타고 내린다
 메마른 가지를 뻗은 몸을 적시며
 영혼의 뿌리 끝까지 스며든다
 암세포 조직으로 얼어붙은 물관부가
 눈물 한 방울의 수액이 다한
 고통 속에 연두빛  숨길로 열린다
 살갗 튼 힘살을 부풀리는 삼투압에
 투병을 이겨내는 푸르른 의지로
 봄물이 샛강처럼 몸속에서 차오른다
 물병좌에서 마중물을 길어 올려
 가문 날의 족보에 수맥을 잇고
 뇌성 번개 속을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무지개의 기원으로  쌀을 씻었다
 숨길 타는 갈증과 목숨 죄는 허거를
 삶의 무게로 품은 세월 속
 고된 외길을 나이테에 새기며
 사계절을 공전해 절정으로 치 닫는
 봄을 맞는 초록비의 항암치료,
 생명이 깊어진 노래로 공명 한다
 꽃물이 신선하게 혈관을 물들인다
 

 

 

2.몸의 개화시기
                             태동철

 봄비가 링거 줄을 타고 내린다
 메마른 가지를 뻗은 몸을 적시며
 영혼의 뿌리 끝까지 스며든다
 암세포 조직으로 얼어붙은 물관부가
 눈물 한 방울의 수액이 다한
 고통 속에 연두빛  숨길로 열린다
 살갗 튼 힘살을 부풀리는 삼투압에
 투병을 이겨내는 푸르른 의지로
 봄물이 샛강처럼 몸속에서 차오른다
 물병좌에서 마중물을 길어 올려
 가문 날의 족보에 수맥을 잇고
 뇌성 번개 속을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
 무지개의 기원으로  쌀을 씻었다
 숨길 타는 갈증과 목숨 죄는 허거를
 삶의 무게로 품은 세월 속
 고된 외길을 나이테에 새기며
 사계절을 공전해 절정으로 치 닫는
 봄을 맞는 초록비의 항암치료,
 생명이 깊어진 노래로 공명 한다
 꽃물이 신선하게 혈관을 물들인다

 

 

3.닭에게 물어 봐
                                  태동철

 닭장 앞에 선다
 닭들이 내 앞에 모여든다
 철망을 친 울타리 안이지만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주고
 삼시 먹이를 주는  일꾼임을 안다
 
 수탉이 홰 울음으로 깨운 
 첫 새벽을 나에게 알려주고
 암탉은 유정자로 낳은 
 알을 내어주는 까닭이다

 마치 선거철을 맞아 닭들이
 나를 선량善良으로 뽑아주듯이
 수탉은 붉은 벼슬로 한 표를 찍고
 암탉은 알을 투표함에 넣는다

 닭이 내 앞에 모여드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 번 선거에 당선된다
 국경을 두른 경계안 자유와
 배부른 경제 속에서 생산이 무엇인지
 닭은 알고 있다
 
 생산이 무엇인지 모르면 닭에게 물어 봐

 

 

4.졸 卒
                                                                    태동철

 사군자의 도道와 덕德을 엮은 조리로
 조리條理에 맞은 생生을 일군다
 배움에 글자를 조리 질하여 뉘와 돌을 골라낸 인격체
 졸업은 또 다른 시작

 세상 속 장기판에서 졸卒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학생 시절 꿈을 일으킨 조리질이 한 끼 양식을 얻은 방편
 삶의 전쟁터에서 최전방으로 진군한다

 졸卒로 장열하게 전사하듯
 명퇴라는 이름으로 사회를 졸업한다
 열심히 살아온 명예로운 졸업장이
 어느 날  부고장으로 날아드는 졸업식

 공원묘지 비석에 새겨진 
 생生모년모월모일, 졸卒 모년모월모일

 피안의 상급 학교에 입학한 영혼은
 학생부군學生府君이 되어
 제삿날 지방을 써 붙일 때마다 이승으로 소풍을 온다

 

 

 

5.무쇠 솥 진국
                                                     태동철

 50년 단골 곰탕집
 무쇠 가마솥 두 개가 늘 보글 댄다
 거 무스래 윤기가 흐르고 묵직한 솥 안에서 
 하앟게 피어나는 구름 꽃이 입맛을 돋운다
 투박한 뚝배기에 맛과 정 듬뿍 담아준다

 솥 밑에서 불꽃이 널름대며 기어오르고
 솥 안에서는 끓은 물에 쇠뼈가 뒤척인다
 토해 내는 사골 진국
 강인함 속에 함유한 자신의 철분까지
 보태주는 무쇠 가마솥

 무쇠 솥 있어
 물과 불이 함께 하는 세상
 내 가슴도 무쇠 솥 되어
 세상사 불길 받아내고 
 보글대는 말과 말에서 좋은 말 나쁜 말  잘 다스려
 말의 진국 뽑아내
 모두에게 화평과 건강의 시어를!

 


 

6.꽃이 내게로 들어 와
                                 태동철

 북한산 등산 길 골짜기 곳곳에
 붉은 빛 영산홍
 새하얀 철쭉

 눈길마다 꽃, 꽃
 안고 싶어 다가간다
 꺽고 싶어 손 내민다

 붉은 영산 홍 눈에 담고
 고개 돌려 새하얀 철쭉
 향에 취하여 하늘을 본다

 골자기 마다 피어 있는 
 꽃 
 바라보는 내 눈빛 따라

 꽃이 내게로 들어와
 내 몸에서 연녹색
 새 싹이 돋아난다.
 

 

 

7.“ 박꽃이 피었다고” 
                                               태동철

 상, 상 문학상 몇 번 받았다
 흐르는 구름 사이로 별빛 스치듯
 바람결에 일렁이는 박수 소리
 헛배만 부르더라

 짭짤한 잔소리 곁들인 아내 밥상 받은
 당신
 상중에 상
 인생살이 대상이다

 꽃 진 자리에 검버섯 필 때

 묵고 묵은 간 장녀를 아내로 맞은
 나
 매콤한 군소리 곁들인 밥상 받고 보니
 얼굴에 박꽃 피었다고
 흥부가 활짝 웃고 있다.


 

 

 

8.불꽃에게 
                                                                    태동철


 한여름 마당에 누워 밤하늘 은하수를 바라봅니다
 별무리들이 어우러져
 은하수 유영하는 별빛 속에 내 꿈을 그려 봅니다
 저 높고 깊은 어둠에서 반짝이는 별빛에 나를 던져봅니다
 헤일 수 없는 별빛 사이에
 어느 별 하나 나를 향하여 달려오다
 다른 별 하나와 마주쳐 찬란한 별빛 수놓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별똥별
 그들의 만남을 보았습니다

 늘 그리워하던 별빛과의 만남
 그 별의 만남에서 불꽃을 보았습니다
 불곷 속에는
 별빛이 흐르고 동심이 살아나고 꿈이 아롱아롱 합니다
 샛별이든, 북두칠성이든, 리겔이든,
 삶을 불살라 찬란한 별빛을 이루며
 불꽃은 불씨에서 불씨는 불꽃에서 별빛이 화사합니다

 지상에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또 피고
 당신에게서 영원을 보았습니다
 별빛 무리지어 불씨로 무두 드리오니
 불씨 한 톨, 불꽃이 피어 있은 한
 별빛 보다 더 오래 빛날 것입니다

 

 

 

 

9.사유의 주소 
                                                태동철

 생각에도 주소가 있다

 같은 밭에, 같은 날
 감자 묻고, 토마토 심고, 고추 모종 했다

 뿌리에 토실토실 알이든 감자
 줄기에 몽실몽실 열매 단 토마토
 가지에 울긋불긋 촉을 키운 고추

 햇살을  똑같이 분배받고
 비바람 함께 맞으며
 손길도 같이 누렸다
 헌데 무엇이 미각을 다르게 할까

 씨와 이름이 다르잖아, 꽃이 틀리잖아
 아니다, 결코 유전자의 영향만은 아니다

 땅 속 감자의 형이하학과
 허공 속 토마토 형이상학
 중심을 발기한  고추의 관능
 다른 생각의 주소 때문이다.

 

 

 

10. 웬, 잔치 날이 그리 많아
                                                                     태동철


 “ 야? 이게 누구야, 하니 웨딩홀에서 이렇게 만나다니”
 “ 나, 태동철, 자네 건강 한 모습 보니 반가워, 여전 하구만.”
 “ 한 삼십년은 족히 됐을 걸, 퇴직 한지가“
 “ 동철이, 당신 나보다 빼빼였는데.. 풍채風采가 좋아, 비결이 뭐야”
 “비결은 무슨 비결, 자네에게 말하지만 일상이 잔칫날이야”
 “ 웬 , 잔칫날이 그리 많아, 아들 딸 많아?”
 “ 응, 시와 연애해서 낳은 자식들일세, 일주일에 닷새가 찬칫날이네.”
 “ 시와 얼마나 달꼼하면 그 많은 생산으로 장가들이고 시집보내나”
 “ 시 한편 쓰는 게 독자에게 시집보내는 거고, 시 한 편 낭송하는 날은 청자에게 장가들이는 날이지”
 “ 야! 친구야,  늙음 막에 부러울 게 없겠네, 다복 하네”
 “응, 좋은 사람 모여 좋은 말 나누며, 좋은 음식 먹으니 하루하루 축제 아닌 날이 없네”
  “ 하 ! 우리 같은 놈은 언감생심 꿈이라도 꿔볼 수 있겠나”
 “ 시와 연애를 해 보게, 청춘으로 시의 혈통을 낳고, 시를 혼례 시키면 회춘 할 걸세”
 “ 그런데 망구를 바라보는 나이 아닌가?”
 “ 시를 읽으면 망령이 들지 않을 걸세, 젊은 시 읽으면 회춘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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