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 '이선정 시인'


이선정 시인의 詩 구두에 대한 예의 외 4 편

이선정 시인의 약력

 

강원도 동해 출생

2016 년 격월간 문학광장등단

2018 년 황금찬문학제 시화부문 대상

2019 년 대한민국 독도문예대전 문학부문 우수상

2020 년 강원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과정 재학 중

한국문인협회 회원 , 동해문인협회 회원

시와 글벗 동인

시집 나비, 치킨의 마지막 설법

 

 

구두에 대한 예의

 

삶의 무게를 벗어던진 그들이

오소소 잠든 현관

 

-꽃길만 걷자 해놓고

흙길만 걷게 해 미안하다

 

내 낡은 구두 앞에서 묵도하다가

멀리서 힘없이 잠든 말라빠진

구두 한 켤레에 울컥 목이 멘다

 

-어머니 ,

당신은 더 힘드셨군요

 

삐딱하게 목이 늘어진

구두 한 켤레

 

깨지 않도록

가지런히 잠자리를 보아 드린다

 

 

 

 

치킨의 마지막 설법

 

닭같이 홰를 치고 싶은 날

화가 치밀어 된바람만 풀풀 일으키는 날

열난 가슴 달래려 치킨을 시킨다

 

내 속의 중심이 반쯤 기울어

무단시 * 어깨가 쳐질 때

닭 뼈다귀라도 채워 자신감 곧추세울까

물렁뼈까지 오독오독 남김없이 씹어 삼킨다

 

속으로 꾹꾹 눌러 가슴팍에

날아다니던 서슬 퍼런 언어들

양쪽에 날개 달고 기름진 모가지로

꼬끼오 꼬끼오 홰를 치는 밤

 

빌린 몸으로 도를 닦으니

새벽녘 ,

알 하나가 툭 떨어진다

 

 

*괜히 , 괜스레 전라도 방언

 

 

 

 

오래된 가족

오전 8 , 북적북적 인산인해인 건강검진 센터

 

사전 문진표를 작성해 오지 않은 난청의 팔순 할머니에게

간호사의 앙칼진 질문이 재차 꽂힌다

-할머니 , 출산은 하셨어요 ?

 자녀는 몇 분이시냐고요

 

머뭇거리던 할머니

-, 죽은 거까지 ?

 

 

 

 

어떤 결혼식

 

다리를 저는 아비가

꽃보다 아름다운

신부의 손을 잡고 걷는다

 

넘어지던 세상을 일으켜주던

아비의 걸음이 신랑 앞에 멈추고

 

넘어지지 마라

절룩이지 마라

자신의 소망을 그의 손에 꼬옥 쥐어준다

 

절던 다리의 고정 핀 하나가 건너간다

 

팔랑 ,

지구의 절반이 뚝 떨어져 나간다

 

 

 

  

꽃을 읽는 방식

 

어느 시인이 꽃 이름을 찾아주는 앱을 알았네

이 꽃 저 꽃 검색하다가 

곤히 잠든 아내의 얼굴을 인식시켰다지

 

-이것은 꽃이 아닙니다

등록되지  않았거나 

외래종일 확률이 50%입니다

 

누가 꽃을 전부 알겠냐는 시인의 너스레가

세상에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꽃이었네

 

꽃을 알고 싶다면

꽃이 되면 된다고 꽃은 말하였네

 

꽃이 지천인 것을

꽃이 못된 내가 , 그저 눈먼 사람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