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 ' 김용태 시인'

김용태 시인의 詩 托鉢 (탁발) 외 4편

김용태시인 약력

 

충남 공주

문학 사랑 등단

대전 문인협회 회원

글벗 문학회 회원

글벗 문학상 수상

 

 

 

托鉢 (탁발)

 

세찬 비 뚫고 衲子(납자), 탁발입니다

 

문밖 저만치

나즉히 읊조리는 반야심경은

비릿한 綠豆 (녹두) 향입니다

 

주름진 얼굴에서 설핏 그리운 모습 스쳐 보이고

자꾸만 몸집 키워

뜨거운 것 울컥 솟아, 그만 또 눈물입니다

 

거친 손 모으고 돌아서는 노스님 뒤엔

그림자마저 아니 보이고

야윈 어깨에 빈 바랑만 위태로이 걸렸습니다

 

난 괜히 한참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오래된 어느 절집을 쓸쓸히 생각합니다

 

 

 

 

石榴

 

,

꽃이었을 때만 좋으셨나요

 

다시 사랑해 줄 수 없냐는 물음에, 당신

 

나는 이미 타락한 이거늘,

마음 밖의 말로 답 주시니

 

가을 한낮

이 가슴 깨고 나올 것들에게는

누구였다 이를까요

 

 

 

 

바람이 전하는 말

 

하현달 아래서였습니까

 

이별은 아직 일러

추억으로조차 잉태되지 못해

여기 까지가 인것 같다고,

어설픈 인사 대신

묻지도 않은 답을 건네고

휘청이며 돌아오는 길에

여름꽃 한창입니다

 

뒤돌아보면

내 걸어온 길이

저 혼자 방향 틀어

멀어져 가듯, 이 밤도

당신은 읽히지 않을 편지를

근심 가득 찬 허공중에 쓰실 것입니다

 

지난날,

절집 처마 끝에 매달려

동그란 울음 토할 때

내 곁을 스쳐 지났던 바람도

당신이었습니까

 

 

내 생의 북쪽

 

싸리꽃 피었다, 졌다

봄이 갔다는 거다, 불쑥

다녀간 것이

계절만은 아니어서

 

그 아래

한 마리 나비,

환한 주검 펼쳐져

검은 상복 갖춰 입은

개미 행렬에

장엄히 실려가고 있다

 

한철도 못 되는 생이지만

죽음이라 하면

저쯤은 되어야지,

혈육도 아닌 것을

 

쪼그리고 앉아

내 생의 북쪽을 가만히

들여다본

그런 날이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경전 읽듯, 자벌레 한 마리

나뭇가지에 매달려, 곡진히

또 한생을 건너고 있다

한껏 몸을 늘였으나

, 분수를 헤아렸음일까

한 치도 안 되는 거리를 곱씹어 갔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 먼 훗날

기억마저 흐리고

정신 또한 먼 세상을 살아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당신,

당신 만나러 가던

그 길, 그 일만은 기억에 남아

 

불현듯

버릇처럼 나선 길이

저리도 환했으면, 부디

꿈처럼 환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