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시인 약력
충남 공주 産
문학 사랑 등단
대전 문인협회 회원
글벗 문학회 회원
글벗 문학상 수상
托鉢 (탁발)
세찬 비 뚫고 衲子(납자), 탁발입니다
문밖 저만치
나즉히 읊조리는 반야심경은
비릿한 綠豆 (녹두) 향입니다
주름진 얼굴에서 설핏 그리운 모습 스쳐 보이고
자꾸만 몸집 키워
뜨거운 것 울컥 솟아, 그만 또 눈물입니다
거친 손 모으고 돌아서는 노스님 뒤엔
그림자마저 아니 보이고
야윈 어깨에 빈 바랑만 위태로이 걸렸습니다
난 괜히 한참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오래된 어느 절집을 쓸쓸히 생각합니다
石榴
나,
꽃이었을 때만 좋으셨나요
다시 사랑해 줄 수 없냐는 물음에, 당신
나는 이미 타락한 神이거늘,
마음 밖의 말로 답 주시니
가을 한낮
이 가슴 깨고 나올 것들에게는
누구였다 이를까요
바람이 전하는 말
하현달 아래서였습니까
이별은 아직 일러
추억으로조차 잉태되지 못해
여기 까지가 緣인것 같다고,
어설픈 인사 대신
묻지도 않은 답을 건네고
휘청이며 돌아오는 길에
여름꽃 한창입니다
뒤돌아보면
내 걸어온 길이
저 혼자 방향 틀어
멀어져 가듯, 이 밤도
당신은 읽히지 않을 편지를
근심 가득 찬 허공중에 쓰실 것입니다
지난날,
절집 처마 끝에 매달려
동그란 울음 토할 때
내 곁을 스쳐 지났던 바람도
당신이었습니까
내 생의 북쪽
싸리꽃 피었다, 졌다
봄이 갔다는 거다, 불쑥
다녀간 것이
계절만은 아니어서
그 아래
한 마리 나비,
환한 주검 펼쳐져
검은 상복 갖춰 입은
개미 행렬에
장엄히 실려가고 있다
한철도 못 되는 생이지만
죽음이라 하면
저쯤은 되어야지,
혈육도 아닌 것을
쪼그리고 앉아
내 생의 북쪽을 가만히
들여다본
그런 날이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경전 읽듯, 자벌레 한 마리
나뭇가지에 매달려, 곡진히
또 한생을 건너고 있다
한껏 몸을 늘였으나
곧, 분수를 헤아렸음일까
한 치도 안 되는 거리를 곱씹어 갔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 먼 훗날
기억마저 흐리고
정신 또한 먼 세상을 살아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할 당신,
당신 만나러 가던
그 길, 그 일만은 기억에 남아
불현듯
버릇처럼 나선 길이
저리도 환했으면, 부디
꿈처럼 환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