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권시인 약력
월간 시문학 등단 , 이어도문학상 대상 수상
강원아동문학상 수상,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원, 강원작가 회원
한국시문학문인회 사무국장, 강원아동문학회 이사, 솔바람동요문학회 회원
한국장학재단 멘토, 계간 문예감성 주간, 시집 발신인이 없는 눈물을 받았다 외9권
동시집 1도 모르면서 외1권, 시낭송 이론서 마음치유 시낭송 외2권
지렁이 꽃
눈 속에서 바람의 은신처를 찾았다
사람이 태어나고 바람의 주검이 머무는
지렁이의 길을 따라 막장으로 들어갔다
햇빛이 없어 안심되기는 처음
축축한 하늘이 맨살에 닿고
온몸의 세포가 깨어난다
눈을 감았다
지렁이의 길은
눈을 감아야 갈 수 있는 곳
눈을 감아야만 눈이 멀지 않는다
지렁이의 하늘이 내려앉았다
지렁이가 운다
비가 흙의 잠을 깨운다
바람의 숨구멍이 열릴 때를 기다려야 한다
지렁이의 분변이 드디어 민들레를 밀어 올렸다
아 , 하고 열리는 하늘
지렁이의 눈을 닮은 민들레의 떡잎
지렁이를 따라 간 사람의 눈썹이다
낙타의 눈물
바람이 얼어 있다
서해에서 시작된 바람이 선자령 정상에서
주문진 포구를 바라보며 직립해 있다
58 년 동안 고비사막을 걸어오느라
등이 사라진 낙타가
흰 수염을 휘날리며 정지해 있다
이미 늙어버린 바람의 허리가
페이지가 없는 책장을 넘기다
물안개 속으로 묻히고 말았다
천 길 어둠이 하얗게 밀려왔다
점봉산을 걸어 내려 온 새벽이
자작나무의 옷을 벗기는 아침 ,
하늘도 뜨거운 옷을 벗었다
바다가 바람의 입술을 마시며
젖빛으로 누워 있다
바람이 녹고 있다
자작나무의 심장 속으로 들어가
뜨거운 숨결이 된 ,
등이 사라진 낙타가
속눈썹으로 눈물을 자르며
내게 오고 있다
별의 노래 1
모든 별에는 수도꼭지가 있어
이른 저녁이 되면
말끔히 세수하고 나와 나를 기다리네
내가 부르지 않아도 서낭당 느티나무 정자를
베고 누워
나를 올려다보네
노을과 몸을 바꾸는 아홉시가 되면
아침의 노여움도 어둠 속에 둥지를 틀고
바람의 표정을 바꾸네
모든 별들이 우주의 눈을 밝히는
자정이 되면
수선화처럼 푸른 어깨를 내밀어
숨 막히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네
늦은 세수를 하고 다시 보아도
너는 호수에서 막 깨어난 듯 눈이 부셔
가슴에 손을 얹고 눈 감을밖에 ,
풍경의 사랑법
바람이 분다
오대산 능선의 주목나무 잎새를 지나온
싱싱한 바람이 불어와 월정사 추녀 끝에 매달린
숫처녀의 치맛속으로 들어간다
딸링 딸링 딸링 딸링
처녀의 몸이 울릴 때마다 바람의 얼굴은 붉어진다
뜨거운 사랑을 나눌 때는 저런 소리가 나야 하는 것이구나
온 몸에 떨림이 번져 파문이 번져 나가야 하는 것이구나
바람이 오지 않았다면
저 산 자락만 하염없이 바라보았을 것이다
동안거가 풀리면 묵언도 풀리듯
스님들도 사랑을 하려면 적어도 백일은
침묵을 견뎌야 바람을 불러올 수 있는 거였다
온 몸으로 울고 나서야 달빛도 풍경속의 물고기로 매달리게 된다
한바탕 고요를 흔들고 나서야 물고기도
단잠에 빠지게 된다
바람이 분다
기룬 님 작은 어께를 넘어 온 여린 바람이
새벽 별빛을 데리고 들어와
내 발 위에 풍경소리를 놓고 간다
바람의 몸이었다
바람이다
아니 바람의 몸이었다 당신은
어느새부턴가 몸 안의 기운이 바람처럼 빠져나가고
손바닥에 남은 한 줌의 공기만 당신 것이 되어버렸다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두 발로는 버거워
지팡이를 짚고서도 비틀거린다
땅에서 발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서 발을 옮기는
것처럼 허공에 오래 머무르는 발걸음이
바람 속에 점을 찍는다
당신이 이승을 떠나기 위한 말줄임표 ...
자유로운 몸짓의 마지막 쉼표 하나가
눈을 뜨고 있다
자식 여섯을 잉태하고 키우는 동안
당신의 전부를 먹이고도 양파껍질처럼 남은 것을 ,
세상의 모든 생명을 길러 내는데 쏟아부었던
모성마저 단풍의 절정에서
낙엽이 된다
아 , 바람이다 당신은
아니 바람의 몸이었다 당신은 ,